5,000곳이 넘는 회사의 Slack·Teams·Discord에 GeekNews 봇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 뒤에서 어떤 고민과 선택이 있었는지.
Slack 봇 5,000개 운영에서 배운 것들
GeekNews의 Slack 봇은 2020년 2월에 조용히 공개했습니다. 처음 목표는 단순했습니다. 사내 개발 팀에서 기술 트렌드 공유 채널에 편하게 뉴스를 던질 수 있는 도구. “한 200~300개쯤 설치되면 성공이지” 정도로 생각했었습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GeekNews 봇은 5,000곳이 넘는 회사의 Slack, Google Chat, Microsoft Teams, Discord, 잔디, Dooray, Swit 등에서 매일 뉴스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을 정리해봅니다.
결정 1. 회원가입 없이 쓰게 만든 것
GeekNews Slack 봇은 설치에 회원가입이 필요 없습니다. Slack의 “Add to Slack” 버튼을 눌러 웹훅 하나를 설정하면 끝입니다.
이게 얼마나 중요한 결정이었는지는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사내 봇을 도입하는 결정은 보통 한 개발자가 주말에 후다닥 설정하거나, 점심시간에 동료 모르게 설치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순간에 회원가입 화면이 뜨면 절반은 그 자리에서 포기합니다.
“설치 장벽을 낮추는 것이 가장 강력한 마케팅이다” — 이게 5,000개 봇이 제게 가르쳐준 첫 번째 교훈입니다.
결정 2. 웹훅만 썼고, 앞으로도 그럴 것
GeekNews 봇은 복잡한 Slack 앱이 아닙니다. 단순한 웹훅 기반의 알림 봇입니다.
이 결정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Slack 앱으로 만들면 더 많은 기능(슬래시 커맨드, 인터랙션 메시지 등)이 가능하지만, 대신 권한이 늘어나고, 관리 대상이 늘어나고, 장애 지점도 늘어납니다. 회사의 IT 담당자 입장에서는 “설치해도 되는지” 결정하기가 훨씬 복잡해집니다.
반면 웹훅 기반 봇은 “메시지 하나를 보내는 권한” 만 있는 단순한 존재입니다. 보안 검토도 가볍고, 제거도 쉽습니다. 서버 쪽에서 웹훅 URL을 잊어버려도 설치한 쪽에서 웹훅을 삭제하면 자동으로 연결이 끊어집니다.
이 단순함이 5,000곳이 넘는 회사들의 보안 정책을 통과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결정 3. 너무 자주 보내지 않는다
봇 서비스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빈도입니다. 너무 자주 보내면 채널이 시끄러워지고, 사람들은 봇 알림을 끄거나 제거합니다. 너무 드물면 봇의 존재가 잊혀집니다.
GeekNews는 기본적으로 상위 점수를 받은 글만 봇으로 전송합니다. 모든 뉴스가 아니라, 커뮤니티의 투표를 통해 어느 정도 인정받은 뉴스만요. 그 결과 대략 하루 5~10개 내외의 메시지가 채널에 도착합니다.
이 빈도는 사용자마다 호불호가 있습니다. “더 자주 오면 좋겠다”는 요청도, “너무 잦다”는 요청도 모두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기본 빈도는 유지하되, Daily 요약 봇을 자체 제작해 쓰는 팀들을 부정하지 않는 방향을 택했습니다.
공개 API와 RSS를 제공해두니, 이런 창의적인 사용이 자발적으로 생겨납니다.
결정 4. 멀티 플랫폼을 미리 지원한 것
Slack 봇을 공개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Microsoft Teams는 없나요?”, “Discord로도 받고 싶어요” 같은 요청이 계속 들어왔습니다.
한국의 많은 회사가 Slack이 아닌 잔디, Dooray, Swit를 쓰고, 더 큰 기업 환경에서는 Microsoft Teams가 표준입니다. 최근에는 Google Chat을 쓰는 조직도 늘어났습니다.
각각의 플랫폼마다 약간씩 다른 웹훅 포맷을 가지고 있지만, 핵심은 비슷합니다. 저희는 Slack 봇을 만든 경험을 바탕으로 이 플랫폼들도 하나씩 추가해갔고, 그 결과 어떤 협업 도구를 쓰든 GeekNews 봇을 쓸 수 있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결정 5. 비즈니스 모델을 붙이지 않은 것
5,000곳이 넘는 회사들에 설치된 봇이라면, 그 자체로 유료화 모델을 붙일 수 있는 자산이라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배너 광고, 유료 구독 티어, 사내 공지 채널 기능… 상상할 수 있는 여러 길이 있죠.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는 그 길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5,000곳이 우리를 신뢰해서 설치한 것이지, 상업적 목적에 동의해서 설치한 게 아니다라는 감각 때문입니다.
이 봇은 개발자가 점심시간에 설치한 봇입니다. 관리자 승인을 “별 것 아닌 도구”라고 받은 봇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광고 메시지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면, 신뢰의 결이 훼손됩니다.
그 신뢰를 지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자산이 된다고 우리는 믿습니다.
요약: 작은 도구가 5,000개의 팀에 닿기까지
돌이켜보면 우리가 한 건 그렇게 대단한 일이 아닙니다. 설치하기 쉽게 만들고, 설치한 사람을 귀찮게 하지 않고, 약속한 것만 꾸준히 지킨 것. 그게 전부입니다.
그리고 아마, 그게 사람 사이에서든 도구와 사용자 사이에서든, 신뢰가 쌓이는 유일한 방식인 것 같습니다.
— GeekNews 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