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과, 오직 나를 위한 글은 다릅니다. 비공개 글쓰기 서비스가 지켜야 할 원칙에 대해.
오늘의 글쓰기, 왜 비공개여야 하는가
“왜 또 일기 앱을 만드세요? 이미 많잖아요.”
오늘의 글쓰기를 준비하면서 가장 자주 받은 질문입니다.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노트 앱은 차고 넘치고, 일기 앱도 많고, 무엇보다 SNS라는 공개 플랫폼이 일상을 기록하는 일을 이미 대신하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우리가 또 하나의 글쓰기 도구를 만든 이유는, 기록이라는 행위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이상하게 왜곡되어 왔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공개 글쓰기의 그림자
SNS는 분명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었습니다. 쉽게 쓰고, 쉽게 반응받고, 새로운 사람과 연결되고. 그런데 동시에 우리는 조용히 무언가를 잃어왔습니다.
- 글을 쓰기 전에 “이게 반응이 좋을까?” 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고
- 실수하거나 거친 문장을 내보내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고
- 보여줄 만한 일이 아니면 “기록할 가치가 없다” 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공개를 전제로 한 글쓰기는 자기 검열을 기본값으로 깔아둡니다. 그리고 자기 검열은 자기 성찰과는 완전히 다른 무엇입니다.
내가 나에게 쓰는 글
일기라는 형식이 수백 년 동안 인간의 삶에 남아 있었던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형식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이 글은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라는 전제입니다.
그 전제가 있기 때문에:
- 아무렇게나 쓸 수 있고
- 모순되는 감정을 동시에 적을 수 있고
- 부끄러운 이야기도 꺼낼 수 있고
-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정직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자기 대화의 공간이 지금 시대에 더 귀해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모든 것이 공개되는 세상에서, 오직 나만 보는 곳을 하나 가진다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한 정신 위생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오늘의 글쓰기는 타임라인이 없다
오늘의 글쓰기에는 다른 사용자에게 내 글을 노출시키는 기능이 처음부터 없습니다. 타임라인도, 팔로우도, 좋아요도, 공유도 없습니다.
이건 “아직 안 만든” 기능이 아니라 “앞으로도 만들지 않을” 기능입니다. 한 번이라도 “공개할 수 있다”는 여지가 생기는 순간, 사용자는 글을 쓰기 전에 무의식적으로 자기 검열을 시작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비공개를 선택한 게 아니라, “비공개여야만 제대로 작동하는 도구” 로 설계한 것입니다.
사용자의 글을 분석하지 않는다
오늘의 글쓰기는 사용자가 어떤 내용을 썼는지 분석하지 않습니다. 어떤 키워드가 자주 쓰였는지, 어떤 감정이 많이 담겼는지 같은 분석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그걸 하지 않는 것이 이 서비스의 정체성에 더 중요합니다.
우리는 사용자가 몇 명인지, 얼마나 자주 들어오는지 같은 익명화된 운영 지표만 봅니다. 그 이상은 알 필요가 없습니다.
기록은 시간과 함께 깊어진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글쓰기를 통해 전하고 싶은 감각이 하나 있습니다.
오늘 하루의 한 줄은 그 자체로는 별 것 아닙니다. 그런데 그것이 1년, 5년, 10년 쌓이면 완전히 다른 것이 됩니다. 작년 오늘의 나를 돌아보는 경험, 10년 전 기록에서 잊고 있던 나의 모습을 다시 만나는 경험. 이런 건 공개적인 글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공개적인 글은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형식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읽었을 때 진짜 그 순간의 나를 만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글쓰기가 담고 싶은 것은 바로 그 진짜의 나입니다. 한 줄이어도 좋고, 거친 문장이어도 좋습니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으니까요.
— 오늘의 글쓰기 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