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함, 팬심, 존경심을 담아 만든 GeekBadge. 배지 하나가 그 기술에 대한 GeekNews의 모든 관련 글을 모아주는 주제별 발견 경로가 됩니다.

긱배지가 주제 페이지가 되는 방식

GeekNews에는 글이 정말 많이 쌓였습니다. 매일 올라오는 뉴스가 수년 치 누적되면서 “이 기술에 관한 글을 모아 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뉴스 서비스의 첫 화면은 기본적으로 흘러가는 곳입니다. 오늘 올라온 글, 지금 반응이 좋은 글, 댓글이 붙고 있는 글이 앞에 옵니다. 이 구조는 최신 흐름을 보기에는 좋지만, 시간이 지나면 좋은 글도 금방 뒤로 밀립니다. 어제의 좋은 글은 오늘의 새 글에 가려지고, 작년의 좋은 글은 검색하지 않으면 다시 만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기술을 공부하거나 도입을 검토할 때는 최신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Kubernetes에 대해 보고 싶을 때, 지금 막 올라온 글 하나보다 지난 몇 년 동안 GeekNews에 쌓인 좋은 글들을 한꺼번에 훑어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어떤 프로젝트가 처음 등장했을 때의 반응, 중간에 있었던 논쟁, 실제로 많이 쓰이기 시작한 시점, 비슷한 도구와의 비교 같은 것들은 시간순 피드만으로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검색을 쓸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검색은 내가 찾는 단어를 이미 알고 있을 때 유용합니다. Kafka를 처음 접한 사람이 Kafka에 대한 글을 모아보려면, 먼저 Kafka를 검색할 줄 알아야 합니다. 탐색과 검색은 다릅니다. 그리고 검색 결과는 항상 맥락이 빠져 있습니다. 이 기술이 어떤 흐름으로 화제가 됐는지,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커뮤니티가 어떤 부분에 반응했는지는 한 줄 결과 목록으로 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GeekBadge를 만들면서, 배지 하나하나를 주제 페이지로 설계했습니다.

흘러간 글을 다시 보는 입구

GeekBadge는 처음에는 사용자 프로필에 붙는 작은 표시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GeekNews에 쌓인 글을 다시 꺼내는 또 하나의 입구입니다.

배지를 누르면 그 기술이나 서비스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GeekNews에 올라온 관련 글들이 모입니다. 최신 글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단순 검색 결과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아닙니다. “이 주제에 대해 GeekNews에서 어떤 글들이 있었나”를 한 화면에서 볼 수 있게 하는 방식입니다.

이 구조는 오래 운영된 커뮤니티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커뮤니티에는 시간이 지나며 지식이 쌓이지만, 그 지식은 게시판과 피드 안에서 쉽게 흩어집니다. 운영자가 할 일 중 하나는 새 글을 올리는 것뿐 아니라, 이미 쌓인 글을 다시 발견할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것입니다. GeekBadge는 그 길 중 하나입니다.

배지 페이지는 작은 아카이브

HTML5 배지 페이지에 들어가면 W3C 표준과 WHATWG Living Standard에 대한 설명이 있고, GeekNews에 올라왔던 관련 글들이 함께 모여 있습니다. HEAD 태그 가이드, WebAssembly 표준화, CSS 진화 같은 글들입니다.

Internet Archive 배지 페이지에는 1996년부터 웹을 아카이빙해온 비영리 도서관의 이야기가 있고, Wayback Machine이 1조 개 웹페이지를 어떻게 보존하는지, AI와의 관계는 어떤지, 음반사 소송은 어떻게 됐는지에 관한 글들이 따라옵니다.

Gmail 배지 페이지는 2004년 만우절 발표부터 18억 사용자를 가진 지금까지 Gmail의 변화를 다룬 글들을 모아줍니다.

배지 설명은 그 기술과 서비스의 간단한 소개로 시작합니다. 직접 쓴 글이고, 공식 문서나 회사 발표가 아닌 운영자의 시선으로 요약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 GeekNews에 실제로 올라온 관련 뉴스들이 붙습니다. 설명과 실제 기사가 한 페이지에 묶이면, 단순한 링크 목록과는 다른 결이 생깁니다.

세 가지 감정으로 만든 배지

GeekBadge를 기획할 때 배지가 어떤 감정을 담을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했습니다.

유용함이 첫째입니다. 새 기술을 배우거나 도입을 검토할 때, 그 주제에 대해 커뮤니티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모아보는 것은 실용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배지 페이지는 그 도구로 기능합니다.

팬심이 둘째입니다. Vim을 10년째 쓰는 사람, React가 나왔을 때부터 따라온 사람, Obsidian으로 지식 관리를 하는 사람. 어떤 기술에는 단순한 사용을 넘어 애착이 생깁니다. 좋아하는 기술의 배지를 프로필에 올려두는 건, 그 감정을 작게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존경심이 셋째입니다. Git, Linux, PostgreSQL, Python처럼 수십 년 동안 개발자의 일상을 받치고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런 기술에 배지를 만드는 건, 그 역사와 영향에 대한 경의를 담은 작업이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기술을 프로필에 올리는 일은 작아 보이지만,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꽤 자연스러운 자기소개가 됩니다. “저는 Rust를 좋아합니다”, “저는 Vim을 오래 써왔습니다”, “저는 PostgreSQL을 신뢰합니다” 같은 말을 한 줄 설명 없이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표현이 단순 장식에서 끝나지 않고, 그 주제에 대한 글 모음으로 이어지면 프로필과 콘텐츠 아카이브가 연결됩니다.

현재 약 100개, 카테고리도 다양하게

GeekBadge는 지금 약 100여개가 있습니다. 언어와 표준(Python, Rust, HTML5, WebAssembly), 프레임워크(React, Next.js, FastAPI), 개발도구와 인프라(Docker, Kafka, PostgreSQL), AI와 서비스(OpenAI, Hugging Face), 툴과 생산성(Vim, Figma, Notion, Obsidian), 웹 서비스(Gmail, GitHub, Internet Archive), 취미(보드게임, 커피, 요가, 캠핑)까지 이어집니다.

취미 카테고리를 넣은 이유가 있습니다. GeekNews의 독자는 개발자이지만, 개발자도 개발 외의 것을 좋아합니다. 기계식 키보드를 키캡까지 바꿔가며 종류별로 모으거나, 캠핑 가서 아날로그적인 삶을 즐기거나, 커피 원두를 직접 로스팅하는 사람들이 GeekNews에 올라온 글에 반응합니다. 그 취향까지 담고 싶었습니다.

기술 배지는 전문성을, 취미 배지는 사람다움을 보여줍니다. 둘이 함께 있을 때 프로필은 이력서가 아니라 커뮤니티 안의 한 사람을 보여주는 공간이 됩니다. GeekNews가 단순한 뉴스 목록이 아니라 사람들의 취향과 관점이 모이는 커뮤니티가 되려면, 이런 작은 표현 수단도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GeekLists와 다른 발견 방식

GeekLists가 “어떤 글이 반응이 좋았나”를 시간과 반응 기준으로 모아준다면, GeekBadge는 “이 기술에 대해 어떤 글이 있었나”를 주제 기준으로 모아줍니다.

둘 다 GeekNews에 쌓인 글을 다시 꺼내는 도구입니다. 뉴스 피드는 최신 글을 앞세울 수밖에 없지만, 발견은 꼭 최신 글에서 일어나지 않습니다. 오래된 글이라도 지금 내가 배우거나 관심 갖는 주제와 만나면 다시 가치가 생깁니다. GeekBadge는 그 연결을 만들기 위한 경로입니다.

배지를 구매하면 프로필에 달 수 있고, 프로필에서 그 배지 페이지로 바로 연결됩니다. 관심 기술을 소개하는 동시에, 그 기술에 관한 글들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취향 선언과 콘텐츠 발견이 하나로 묶입니다.

뉴스는 계속 흘러가야 합니다. 그래야 매일 새로운 흐름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글은 흘러가기만 해서는 아깝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다시 꺼내 볼 수 있어야 하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을 때 주제별로 따라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GeekBadge는 그 두 가지를 함께 해결하려는 시도입니다.

배지 전체 목록: news.hada.io/bad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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